[산업 인사이트 9호] 이차전지편
업체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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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전지의 다음 성장축
EV 캐즘 이후, AI 데이터센터와 ESS
최근 이차전지 산업은 전기차 수요 둔화와 가동률 하락, 투자 지연을 경험했습니다. 그러나 이차전지 수요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수요의 중심이 자동차에서 전력 인프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AI 데이터센터와 ESS가 있습니다.
1. EV 캐즘은 배터리 수요의 끝이 아니라 성장축의 이동이다
최근 몇 년간 전기차 시장은 고금리, 구매 보조금 축소, 충전 인프라 부족, 완성차 재고 조정이 겹치면서 성장 속도가 둔화됐습니다.
특히 북미 시장에서는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와 정책 변화가 소비심리와 완성차 업체의 투자계획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에 따라 배터리 업체들은 신규 공장 증설을 늦추거나 기존 투자계획을 조정하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이를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전체의 축소로 해석하기는 어렵습니다. 2025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약 20% 증가해 2,000만 대를 넘어섰습니다. 반면 미국 시장은 판매 비중이 10%에 못 미치는 수준에서 정체됐고, 세액공제 종료 시점과 맞물려 연말 판매가 감소했습니다. 즉, 캐즘은 글로벌 수요의 소멸이라기보다 지역별 성장 속도와 투자 우선순위가 달라진 현상에 가깝습니다.
이 과정에서 배터리 산업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단순한 판매량 감소가 아니었습니다.
공장 가동률이 낮아지고, 신규 라인의 양산 시점이 연기되며, 이미 구축한 생산능력을 어디에 활용할 것인지가 새로운 과제가 됐습니다.
그리고 그 해답 중 하나가 ESS입니다.
2. AI 데이터센터는 전력을 비용이 아니라 생산능력으로 바꾼다
AI 산업에서 GPU와 서버는 핵심 자산입니다.
하지만 데이터센터를 실제로 운영하려면 전력 공급이 먼저 확보돼야 합니다. 전력이 부족하거나 불안정하면 서버를 추가하더라도 AI 연산능력을 확대할 수 없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는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소비가 2024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약 15% 증가해, 2030년에는 약 945TWh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특히 AI 연산에 사용되는 가속 서버의 전력소비는 같은 기간 연평균 약 3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데이터센터는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특성이 있어 국가 전체의 전력량보다 해당 지역의 송전망과 전력품질이 더 큰 병목이 될 수 있습니다.
Google과 Microsoft의 사례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확인됩니다.
Google은 데이터센터에 누적 1억 개 이상의 리튬이온 배터리 셀을 적용했으며, 향후 데이터센터 전력시스템이 대규모 BESS와 AI 워크로드에 대응하는 구조로 진화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Microsoft는 데이터센터 UPS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전력망과 연결해 데이터센터의 무정전 전원 기능뿐 아니라 전력망 안정화에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AI 데이터센터에서 전력은 더 이상 단순한 운영비용이 아닙니다.
전력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가 AI 서비스의 생산능력을 결정합니다.
3. 전력망의 다음 병목을 ESS가 보완한다
데이터센터는 통상 수년 안에 구축할 수 있지만 대규모 발전소와 송전망은 인허가와 건설에 더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AI 데이터센터의 증설 속도와 전력 인프라의 확충 속도 사이에 간극이 발생하는 이유입니다.
ESS는 이 간극을 보완합니다.
전력이 남는 시간에 에너지를 저장하고, 사용량이 급증하는 시간에 방전할 수 있습니다. 재생에너지의 출력 변동을 보완하고, 주파수 조정과 피크 저감, 비상전원, 전력품질 유지 기능도 수행합니다.
IEA의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 안정성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2030년까지 글로벌 에너지저장 용량이 약 6배 증가해야 하며, 그중 배터리 저장장치가 증가분의 약 90%를 담당하는 것으로 제시됩니다. 이는 확정된 시장 전망이라기보다 전력 전환에 필요한 설치 경로를 제시한 시나리오이지만, 전력망에서 배터리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는 방향은 분명합니다.
결국 AI 데이터센터의 확산은 다음과 같은 새로운 밸류체인을 만듭니다.
AI 데이터센터 확대 → 전력 안정화 수요 증가 → ESS 투자 확대 → 배터리 생산 확대 → 스마트팩토리·자동화 투자
전기차가 배터리 산업의 첫 번째 성장축이었다면, ESS는 두 번째 성장축이 되고 있습니다.
